첫 캠핑인데 겁도 없이 메뉴를 다섯 개나 잡았어요
캠핑 4년차인 지금도 첫 캠핑 얘기만 나오면 귀가 빨개져요. 그날 마트 카트를 떠올리면 진짜 아찔해요. 삼겹살, 김치찌개 재료, 볶음밥용 밥이랑 채소, 라면, 심지어 스테이크용 등심까지 담았거든요. 둘이 가는 1박 2일이었는데 대체 누굴 먹이려고 그랬는지 4인분이 넘었어요. 계산대에 8만 얼마가 찍히는데도 '캠핑인데 이 정도는' 하면서 카드를 긁었죠. 아이스박스 뚜껑이 안 닫혀서 무릎으로 눌러 억지로 잠갔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그게 낭만인 줄 알았어요. 불 앞에서 이것저것 지지고 볶는 그림. 그 그림이 얼마나 순진했는지는 해가 지고 나서야 알았죠.
화구는 두 갠데 요리는 다섯 개, 손이 세 개라도 모자랐어요

문제는 단순했어요. 화구가 모자랐거든요. 챙겨 간 건 2구 버너 하나에 숯불 화로대 하나가 전부였어요. 삼겹살은 화로대에 올리고, 버너 왼쪽엔 찌개, 오른쪽엔 볶음밥. 머릿속으론 완벽했죠. 근데 막상 불을 붙이니 삼겹살 뒤집으러 가면 찌개가 부글부글 넘치고, 찌개 저으러 오면 볶음밥이 코펠 바닥에 눌어붙고. 10월 말이라 저녁 기온이 8도쯤 됐는데 저는 등에 땀이 다 났어요. 숯불은 또 초보라 제대로 못 피워서 불은 시원찮고 연기만 매캐하게 올라오고. 옆 텐트에서 힐끔거리는 게 느껴지는데 손은 계속 바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제대로 먹은 건 라면 하나, 그리고 밤 10시 설거지

결말은 안 봐도 뻔하죠. 삼겹살은 한쪽 면이 아예 숯덩이가 됐고, 볶음밥은 바닥이 눌어붙어서 나중에 코펠을 박박 긁어야 했어요. 김치찌개는 짜기만 하고 맛이 어정쩡했고요. 스테이크는 손도 못 대고 그대로 아이스박스행, 다음 날 아침에 억지로 구워 먹었어요. 웃긴 건 그날 저녁 둘이 제대로 배를 채운 게 라면 하나였다는 거예요. 진짜 웃프죠. 근데 더한 건 그다음이었어요. 코펠, 프라이팬, 화로대, 접시 네 개. 개수대에 가져가니 찬물만 콸콸 나오고 기름때는 손으로 문질러도 미끌미끌 안 지워지고. 헤드랜턴 불빛엔 벌레만 꼬이고요. 그렇게 밤 10시부터 40분을 설거지했어요. 손이 시려서 중간에 몇 번을 멈췄는지 몰라요. 텐트로 돌아오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나 요리하러 온 거야, 설거지하러 온 거야?
그다음 캠핑부터는 한 그릇으로 확 줄였어요

그날 이후로 메뉴 욕심을 뚝 끊었어요. 규칙은 딱 하나. 화구 하나로 끝나는 거 아니면 안 한다. 첫날 저녁은 고기 한 종류만 제대로 굽고, 밥은 즉석밥 데우고, 국물 생각나면 봉지 라면이나 국 하나면 끝이에요. 볶음밥처럼 손 많이 가는 건 집에서 미리 만들어 얼려 가거나 아예 안 해요. 재료도 집에서 다 씻고 썰어서 지퍼백에 소분해 가니, 현장에선 굽고 데우는 것만 남더라고요. 설거지가 코펠 하나로 줄어드니 저녁 시간이 통째로 비었어요. 그 여유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요.
4년 다녀보고 남은 건 결국 이 정도예요
4년을 다녀 보니 캠핑 요리는 얼마나 대단한 걸 해내느냐가 아니더라고요. 얼마나 편하게 먹고, 얼마나 오래 앉아 쉬느냐. 그게 전부였어요. 저는 이제 끼니마다 한 그릇만 잡고, 손질은 무조건 집에서 끝내고, 기름 요리는 하루 한 번을 안 넘겨요. 이렇게만 해도 장 보는 돈이 반으로 줄었고, 무엇보다 불멍 할 시간이 생겼어요. 첫 캠핑 때 새까맣게 태운 그 삼겹살이 아니었으면 아마 아직도 화구 앞에서 땀만 뻘뻘 흘리고 있었겠죠. 지금은 옆자리에서 제일 늦게까지 느긋하게 앉아 있는 사람이 저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