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4년차인 지금은 오히려 혼자 가는 날을 제일 기다려요. 그런데 처음 솔로로 하룻밤을 보냈던 그 가을밤은, 지금 떠올려도 등줄기가 서늘해요. 원래 저는 늘 무리에 껴서 다니는 쪽이었거든요. 텐트도 친구가 폴대 잡아주면 저는 옆에서 끼우기만 했고, 불도 누가 붙여둔 자리에 숟가락만 얹었죠. 그해 가을엔 다들 일정이 어긋났어요. 그래서 에라 나 혼자라도 간다, 하고 홧김에 예약 버튼을 눌러버린 게 시작이었어요. 강원도 어느 작은 캠핑장, 사이트 요금 2만 5천 원. 그땐 정말 몰랐어요. 혼자라는 두 글자가 이렇게까지 무거울 줄은.
혼자 예약 눌러놓고 도착 전부터 후회했다
짐을 트렁크에 다 싣고 시동을 거는데 핸들 잡은 손이 괜히 뻣뻣했어요. 늘 조수석에서 떠들던 친구가 없으니, 두 시간 운전 내내 라디오만 크게 틀어놨죠. 도착해서 관리동에서 열쇠를 받는데 사장님이 오늘 손님 두 팀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반대편 팀은 저 멀리 끝자리라 사실상 저 혼자. 텐트를 펴는데 여기서 또 막혔어요. 둘이 칠 땐 오 분이면 끝나던 걸, 혼자 폴대 하나 끼우겠다고 텐트 위에 올라탔다가 반대쪽이 폭삭 주저앉고, 다시 세우면 이쪽이 기울고. 삼십 분을 낑낑댔어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내가 왜 온다고 했지, 를 몇 번이나 중얼거렸는지 몰라요.
준비물 절반은 빠뜨리고 왔다

혼자 챙기니까 구멍이 숭숭 났어요. 늘 친구가 가져오던 토치를 안 챙겨서, 장작에 불 붙이는 데만 삼십 분을 헤맸어요. 신문지 구겨 넣고 라이터로 지지고, 후후 불다가 연기만 잔뜩 들이마시고. 여분 랜턴도 없이 메인 랜턴 하나만 달랑 들고 온 것도 뒤늦게 알았죠. 물도 조리할 양만 딱 계산해 와서 저녁엔 세수를 포기했고요. 제일 뼈아팠던 건 상비약이었어요. 라면 끓이다 냄비 손잡이에 손등을 슬쩍 데었는데, 연고가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찬물에 담그는 것뿐이더라고요. 벌겋게 부어오른 손등을 보면서 그제야 실감했어요. 혼자면 챙겨줄 사람이 없다는 걸. 리스트를 두 번 세 번 확인해야 한다는 걸, 그날은 머리가 아니라 손등으로 배웠어요.
밤 10시, 바스락 소리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진짜 시련은 해가 넘어가고 나서였어요. 낮엔 그래도 사람 사는 동네 같았는데, 밤 열 시가 넘으니까 사방이 먹통처럼 까매지더라고요. 침낭 속에 누워 있는데 텐트 밖에서 바스락, 바스락.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요. 멧돼지인가 싶어 식은땀이 쭉 나는데, 손전등 켜는 손이 다 떨렸어요. 조심조심 지퍼를 열고 비춰보니 고라니 한 마리가 저를 빤히 보고 있더라고요. 얘도 놀랐는지 폴짝 뛰어 사라졌는데, 한번 곤두선 신경은 도무지 안 풀렸어요. 결국 랜턴을 대낮처럼 켜둔 채 침낭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죠. 타프 펄럭이는 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멀리서 개 짖는 소리까지 하나하나 크게 들려서 그대로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웠어요.
그런데 새벽 공기가 나를 붙잡았다

그렇게 한숨도 못 자고 새벽 다섯 시쯤, 답답해서 텐트 밖으로 기어 나왔어요. 그런데 그 순간 숨이 턱 멎었어요. 사이트 위로 안개가 무릎 높이까지 낮게 깔려 있고, 세상이 통째로 음소거된 것처럼 조용했거든요. 밤새 저를 괴롭히던 그 어둠이, 아침이 되니 이렇게 다른 얼굴일 줄이야. 버너에 물을 올려 드립 커피 한 잔 내리고, 삐걱대는 접이식 의자에 앉아 김 나는 컵을 두 손으로 감쌌어요. 아무도 없이 저 혼자. 이상하게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데, 밤새 떤 게 억울할 만큼 그 십오 분이 그날 제일 좋았어요. 누구 눈치도, 말 붙일 상대도 없이 딱 내 속도로 아침을 맞는 기분. 아, 이 맛에 혼자 오는구나 싶었죠.
무서웠는데 왜 또 갔냐면
집에 오는 길엔 다시는 혼자 안 가, 했어요. 그런데 딱 삼 주 만에 또 예약창을 열고 있더라고요. 그 새벽의 고요함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거든요. 두 번째부터는 확 달라졌어요. 상비약 파우치랑 여분 랜턴을 제일 먼저 챙겼고, 일부러 사이트가 촘촘하게 붙은, 조금 북적이는 캠핑장을 골랐어요. 옆 텐트 불빛이 보이니까 그 무서움이 거짓말처럼 줄더라고요. 지금은 오히려 혼자가 제일 편해요. 그러니까 처음이 무서운 건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냥 당연한 거예요. 준비만 제대로 하면 그 무서움은 두세 번이면 옅어지고, 남는 건 온전히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