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보 30퍼센트를 우습게 봤던 그날 아침
캠핑 4년차쯤 됐을 때예요. 그 주 금요일 밤, 기상청 앱을 열어보니 토요일 밤 강수확률이 30퍼센트로 떠 있었어요. 저는 그 숫자를 보고 별생각 없이 앱을 닫았어요. 30퍼센트면 열에 일곱은 안 온다는 거잖아. 그때 제 머릿속 계산은 딱 그거였죠. 강원도 계곡 근처 사이트를 두 달 전에 잡아둔 데다, 아이는 며칠 전부터 언제 가냐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냉장고엔 목살이며 소시지가 이미 한가득이었어요. 취소한다는 선택지 자체가 마음에서 밀려나 있었던 거예요. 토요일 아침 차에 짐을 싣는데 라디오에서 남부지방 호우주의보 얘기가 흘러나왔어요. 그마저도 '우리 가는 데는 강원도잖아' 한마디로 넘겼죠. 지금 돌아보면, 그 대수롭지 않게 넘긴 몇 초가 그날 밤 참사의 진짜 출발점이었어요.
새벽 2시, 텐트 바닥이 물침대가 됐다

초저녁까지는 오히려 완벽했어요. 계곡 물소리 들으며 고기 굽고, 아이랑 별도 찾아보고. '거봐, 안 온다니까' 하며 속으로 웃기까지 했죠. 그런데 밤 11시쯤 텐트 위로 후두둑 소리가 몇 번 나더니, 자정을 넘기자 하늘이 그냥 뚫린 것처럼 쏟아붓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제가 잡은 자리였어요. 계곡 쪽으로 살짝 꺼진, 남들은 잘 안 잡는 낮은 자리였거든요. 새벽 2시, 등이 축축해서 눈을 떴는데 몸을 뒤척일 때마다 바닥이 출렁였어요. 물침대. 딱 그 느낌이었어요. 그라운드시트를 텐트보다 넉넉하게 깔아둔 게 화근이었죠. 시트 위로 흘러든 빗물이 고여서, 방수는커녕 오히려 물을 텐트 밑으로 받아주는 대야 노릇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침낭 밑단이 젖고 아이 매트까지 물기가 배어드는 걸 손으로 만지는 순간, 잠기운이 한 번에 싹 달아났어요.
타프가 물주머니처럼 처지다 폴대가 휘었다

헤드랜턴을 켜고 밖으로 나갔더니 상황은 안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타프 한가운데가 고인 빗물 무게에 축 처져서, 사람 하나 들어갈 만한 물주머니가 매달려 있었어요. 급한 마음에 밑에서 손으로 쑥 밀어 물을 빼려 했는데, 그게 최악의 판단이었죠. 참았던 물이 한꺼번에 목덜미로 쏟아지면서 그대로 물벼락을 맞았고, 그 순간 바람이 훅 불면서 한쪽 폴대가 엿가락처럼 휘어버렸어요. 스트링을 사방으로 팽팽하게만 당겨놓느라 물 빠질 경사를 하나도 안 준 게 근본 원인이었어요. 비를 뒤집어쓴 채 팩을 다시 박는데, 땅이 물러질 대로 물러져서 망치로 박은 팩이 손으로 툭 건드리면 쑥 뽑혔어요. 다시 박고 뽑히고, 다시 박고 또 뽑히고. 그 20분이 지금 떠올려도 아찔합니다.
젖은 몸으로 차 안에서 떨며 배운 것

결국 새벽 3시에 두 손 들었어요. 젖은 침낭이랑 짐을 대충 뭉쳐 트렁크에 밀어넣고, 아이는 그나마 마른 담요로 싸서 뒷좌석에 눕혔어요. 저랑 아내는 앞자리에서 히터를 최대로 틀고 앉아 있었는데, 7월이었는데도 비 맞은 몸에선 계속 소름이 돋았어요. 이가 딱딱 부딪히더라고요. 창밖으로는 여전히 비가 퍼붓고, 와이퍼도 안 켰는데 유리에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걸 멍하니 보면서 날이 밝기만 기다렸어요. 아침에 텐트를 걷으러 가보니 안쪽은 발목까지 물이 차 있었고, 얼마 전 두 개에 15만 원 주고 산 침낭에서는 그 뒤로 한참 동안 눅눅한 쉰내가 빠지지 않았죠. 강수확률 30퍼센트가 무슨 뜻인지, 저는 그날 머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그 뒤로 내 우천 대비는 이렇게 바뀌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강수확률이 20퍼센트만 넘어가도 무조건 우천 세팅부터 하고 시작해요. 사이트는 주변보다 손바닥 하나만큼이라도 높고 물이 잘 빠지는 자리를 먼저 찾고, 계곡이나 도랑 쪽 낮은 자리는 아무리 명당처럼 보여도 피합니다. 그라운드시트는 반드시 텐트 바닥보다 안쪽으로 접어서 깔아요. 이거 하나만 바꿔도 빗물이 시트 위에 고여 밑으로 새는 일이 사라지더라고요. 타프는 무조건 한쪽을 낮춰 경사를 주고, 가운데엔 스트링을 하나 더 걸어 물이 고이지 않고 낮은 쪽으로 흘러내리게 잡아둡니다. 여벌 옷과 마른 수건은 지퍼백에 따로 넣어 방수하고, 팩도 무른 땅에서 잘 버티는 긴 우천용으로 싹 바꿨어요. 비는 제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만 준비가 돼 있으면, 폭우가 와도 그건 참사가 아니라 그냥 조금 불편한 밤으로 끝난다는 걸 이제는 몸으로 알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