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지금은 술자리 안주로 써먹는 이야기예요. 근데 2019년 4월, 제 첫 캠핑은 웃을 상황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장소는 가평의 한 오토캠핑장. 텐트에 장비까지 40만 원 넘게 긁고, '이번 주말 인생 리셋한다'는 마음으로 떠났죠. 결과요? 그날 저지른 실수를 손가락으로 세다가 두 손이 모자랐습니다. 이 글은 자랑이 아니라 반성문에 가까워요. 초보분들이 저처럼 새벽 3시에 이 갈면서 후회하지 않으셨으면 해서, 창피한 걸 무릅쓰고 그날을 그대로 옮깁니다.
챙긴 줄 알았던 것들이 다 집에 있었다
출발부터 어긋났어요. 트렁크는 분명 문이 안 닫힐 만큼 꽉 찼는데, 현장에서 짐을 펼치는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팩을 박을 고무망치가 없더라고요. 처음엔 주먹만 한 돌멩이로 팩을 두드렸는데, 세 번째 팩에서 돌이 쪼개졌습니다. 랜턴은 챙겼죠. 근데 건전지를 안 넣어 왔어요. 껍데기만 온 거죠. 결정타는 설거지 세제랑 수세미. 결국 차 몰고 5분 거리 편의점을 두 번이나 왕복했습니다. 그날 깨달았어요. 사람은 텐트, 의자 같은 '눈에 보이는 큰 것'만 챙기고, 건전지, 세제, 라이터, 목장갑처럼 작고 값싼 소모품은 신기할 정도로 꼭 빠뜨린다는 걸요.
계곡 옆 낭만? 밤새 떨게 만든 자리 선정

자리도 문제였어요. 저는 무식하게 '계곡 물소리 들리는 자리가 낭만이지' 하면서, 물가에서 세 걸음도 안 되는 곳에 텐트를 박았습니다. 사진은 진짜 잘 나왔어요.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밤이 되니 물가 습기가 장난이 아니어서, 새벽엔 텐트 안쪽 천장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혔어요. 그게 손등에 툭 떨어질 때의 서늘함, 지금도 기억납니다. 낭만인 줄 알았던 물소리는 그냥 밤새 귓가를 때리는 소음이었고, 바닥이 미세하게 기울어서 자는 내내 몸이 한쪽 벽으로 굴러갔어요. 다음부터는 무조건 물에서 좀 떨어진, 평평하고 마른 땅부터 봅니다. 예쁜 자리랑 편한 자리는 완전히 다른 얘기더라고요.
텐트 설명서를 현장에서 처음 폈다, 그새 해가 졌다

제일 큰 실수는 따로 있었어요. 새 텐트를 집에서 단 한 번도 안 쳐보고 갔다는 것. 폴대가 어느 슬리브로 들어가는지 감이 하나도 없어서, 설명서를 현장에서 처음 펼쳤습니다. 그림은 또 왜 그렇게 불친절한지. 낑낑대는 사이 해가 산 뒤로 슬금슬금 넘어가더라고요. 헤드랜턴은요? 당연히 없었죠. 결국 아내가 휴대폰 손전등을 비춰주는 동안 저는 어둠 속에서 폴대랑 씨름했어요. 텐트가 겨우 서고 나니 이미 완전히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새 텐트는 무조건 집 거실이나 마당에서 한 번은 펴보고 가세요. 그 5분이 현장의 한 시간을 아껴줍니다.
4월인데 얼어 죽을 뻔 — 여름 침낭 하나로 버틴 밤

진짜 고생은 밤에 시작됐어요. 낮엔 20도까지 올라서 반팔로 돌아다녔거든요. 근데 해가 지니까 기온이 4도 근처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저는 '봄인데 설마' 하면서 얇은 여름 침낭 하나, 바닥엔 캠핑 매트도 아닌 돗자리 수준을 깔았어요. 여기서 초보들이 다 속습니다. 추위는 위가 아니라 바닥에서 올라와요. 등짝이 아이스박스에 붙은 것처럼 시려서 새벽 3시부터는 잠이 아예 달아났습니다. 옷이란 옷은 다 껴입고, 둘이 등 맞대고 벌벌 떨면서 해 뜨기만 기다렸어요. 그 밤 이후로 저는 침낭보다 매트에 먼저 돈을 씁니다.
마지막 보스는 설거지였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 설거지. 삼겹살 구운 코펠이랑 불판에 기름이 허옇게 굳어 있었어요. 세제 없지, 온수 없지, 찬물에 기름 씻으려니 아무리 문질러도 손만 미끌미끌하더라고요. 편의점 세제로 겨우 시작했는데, 캠핑장 공용 개수대엔 저 같은 밤샘 설거지꾼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앞사람 등만 보면서 십 분을 또 떨었어요. 그 뒤로 생긴 습관 하나. 고기 먹은 코펠은 먹자마자 키친타월로 기름부터 쓱 닦고, 뜨거운 물 한 번 부어 불려둡니다. 이 작은 습관 하나로 설거지 시간이 반토막 났어요. 첫 캠핑은 이렇게 다섯 번 넘게 자빠지고서야 끝났지만, 덕분에 두 번째 캠핑은 거짓말처럼 수월했습니다. 실수는 수업료라더니, 저는 그날 등록금을 제대로 냈네요.
